[편집자주] 첨단재생바이오법 개정안이 지난 2월 시행되면서 임상시험 목적으로만 허용되던 첨단재생의료가 치료 목적으로 활용 가능해졌다. 정부가 첨단바이오 기술을 국가 핵심전략기술로 지정하면서 산업 발전을 위한 생태계가 앞으로 더욱 속도감 있게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포치료, 유전자치료, 오가노이드, 조직공학 등으로 손상된 조직과 장기를 재생시키는 첨단재생의료는 개인 맞춤형 의료 시대를 여는 중요한 열쇠다. 국민의 건강을 획기적으로 증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는 재생의료 분야 최전선에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을 깊게 들여다보고 첨단재생의료가 바꿀 미래 의료를 미리 엿본다.
오가노이드는 인간 줄기세포를 이용해 인체 장기를 모사한 3차원 세포집합체다. 흔히 ‘미니 장기’ 또는 ‘장기 유사체’라고 부른다. 실제 인체를 대상으로 약물의 효과를 실험하기 어려울 때 주로 오가노이드를 활용한다. 문제는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약물 평가 결과 정확도가 낮다는 점이다.
"오가노이드를 사용해 약물 평가를 했을 때 항상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오가노이드 제작 기술 수준에 따라 부정확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어요. 오가노이드를 고도화해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오가노이드 기업의 노하우이자 기술력입니다."
오가노이드 배양 기술을 보유한 재생의료 플랫폼 기업 ‘세라트젠’ 대표이사인 조승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오가노이드 고도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단순 세포 덩어리가 아니라 정밀하고 정교한 세포집합체가 돼야 인체 장기와의 유사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간 오가노이드는 오가노이드 내에 간세포로 구성된 3차원 구조가 있어야 한다. 이때 인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혈관, 면역세포 등도 함께 만들어져야 오가노이드 활용성이 커진다.
세라트젠은 고도화한 오가노이드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과 비슷한 수준으로 약물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 있는 오가노이드 질환 모델을 만든 뒤 약물을 테스트한 결과 기존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과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세라트젠이 보유한 대표적인 오가노이드 기술은 ‘탈세포 기술’과 ‘미세 유체 흐름 제어 기술’이다. 탈세포 기술은 장기나 조직에서 세포를 제거하는 공정에서 세포와 세포 사이를 채우는 물질인 세포외기질(ECM)만 남기는 기술이다. 심장 오가노이드를 만든다면 심장 조직을 탈세포화한 뒤 ECM을 지지 기반 삼아 줄기세포를 배양해 오가노이드를 만든다.
세라트젠은 간장, 폐, 뇌, 심장, 췌장, 식도 등 10종 이상의 장기 오가노이드 원천 특허를 갖고 있다. 제품화한 ‘리제닉스’는 현재 연구자들이나 세포 치료제 회사들이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미세 유체 흐름 제어 기술은 오가노이드로 산소와 영양분이 잘 공급되도록 하는 기술이다. 오가노이드는 생체 조직이기 때문에 산소와 영양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사멸한다. 세라트젠은 미세한 채널로 산소와 영양분의 흐름을 정밀 제어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단일 장기뿐 아니라 다중 장기 모델도 보유하고 있다. 지방간염 오가노이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방간염으로 간에 생긴 섬유화는 췌장, 담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간, 췌장, 담관 등을 연결하는 오가노이드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세라트젠은 물리적으로 떨어진 여러 장기를 미세 유체 흐름 제어 기술로 연결해 다중 장기 모델로 만들었다. 당뇨, 비만 등 구현하기 좀 더 어려운 질병 모델도 개발 중이다.
세라트젠은 지난해 약물 평가 서비스 사업도 시작했다. 다수의 국내 제약사들이 세라트젠에 약물 평가를 의뢰하고 있다. 제약사들은 신약 후보물질을 찾을 때 약물 평가를 한다. 세라트젠은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제약사가 요구한 대조군, 약물 농도 등에 맞춰 약물의 유효성과 독성 등을 평가한 뒤 리포트로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조 교수는 “세라트젠은 ECM, 미세 유체 흐름 제어 등 조직 공학적 기술이 통합된 플랫폼을 통해 오가노이드를 더욱 고도화하고 있다”며 “질환 모델링이나 약물 평가에서 혈관, 면역세포 등이 굉장히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고도화된 오가노이드는 약물 평가 등에서 정확도 높은 결과를 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조 대표와의 1문1답.
Q. 오가노이드 기술 말고 생체소재 기술도 갖고 있다. 생체소재 기술을 소개한다면.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로 만드는 미니 장기이고 생체소재는 오가노이드를 배양하거나 체내에 이식할 때 사용하는 소재를 의미한다. 가령 오가노이드를 체내에 이식할 때 체내 생착률을 높이려면 접착 소재가 필요하다. 오가노이드는 염증이 발생한 부위처럼 나쁜 환경에 이식하기 때문에 생착이 잘 안 된다. 생착을 돕는 소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생체소재는 생체 적합성, 분해성 등의 장점이 있어 오가노이드가 잘 생착되도록 돕는다. 접착 소재들을 이용해 오가노이드끼리도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 단일 장기를 넘어 순환계, 신경계, 내분비계, 소화계 등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Q. 오가노이드를 동물 실험 대신 사용했을 때의 장점은 무엇인가.
“동물은 인간과 유전적, 생리학적으로 차이가 있다. 동물 모델로는 인간의 질환을 정확하게 구현하기 어렵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에서 효과가 있었던 약물이 임상에 진입해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소모된다.
오가노이드는 인간 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든 인간 유전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간의 유전적, 생리학적 특성을 모사할 수 있다. 전 세계가 동물실험 대체 방안을 찾고 있다. 앞으로 바이오산업이나 신약 개발 분야에서 오가노이드 기술은 옵션이 아닌 필수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Q. 세라트젠의 중장기적인 계획을 소개한다면.
“현재는 바이오 분야 기초 연구자들, 재생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회사들이 오가노이드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제약사와 세포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는 형태로 각 기업 수요에 맞는 오가노이드 제품을 제공하는 협약들도 진행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신약을 발굴하는 회사들과도 협업을 고민 중이다.
일단은 국내 중심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국내 레퍼런스를 쌓고 이를 기반으로 미국, 유럽 등에 진출할 계획이다. 글로벌 회사들과도 계속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까지 좀 내실을 다시고 내년부터는 글로벌에서 수주를 받으며 스케일을 키워나갈 예정이다.”
출처: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