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팜=황병우 기자] 세포로 이루어진 미니 장기인 오가노이드(Organoid)는 최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동물실험을 대체할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오가노이드 분야가 각광 받으면서 이 분야의 선두주자인 조승우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가 창업한 세라트젠의 행보도 주목받는 중이다.
특히 핵심 플랫폼 기술 특허를 바탕으로 오가노이드 질환 플랫폼인 'ORANOSCREEN'를 포함한 고도화된 약물 평가 플랫폼을 구축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세라트젠은 첨단바이오소재 및 오가노이드 기술 최고 석학 중 한 명인 조승우 대표가 교원창업한 기업이다. 학술적 기반 위에 탄생한 만큼 원천기술에 대한 포트폴리오가 큰 강점이다. 데일리팜은 세라트젠(한국바이오협회 회원사)을 만나 회사의 비전과 전략을 물었다.
세라트젠 오가노이드 플랫폼의 기술적 강점은 '세포외 기질(이하 ECM) 기반 미세환경 조성 기술'과 '미세유체역학(Microfluidics) 칩 기술'의 융합에 있다.
조 대표는 "조직이나 장기에서 세포를 제거하고 남은 ECM을 오가노이드 배양에 도입했다"며 "장기 특이적 ECM으로 실제 장기와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오가노이드의 성능을 높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가령 심장 오가노이드를 만들려면 심장을 탈세포화해 얻은 ECM 매트릭스를 사용해 조직 특이적인 세포 성분 외에도, 면역세포나 혈관세포 등 미세환경까지 구현하는 오가노이드 모델을 표준화된 플랫폼에서 고효율로 제작하는 것이 핵심 기술이다.
특히 세라트젠은 여러 장기의 오가노이드를 한 칩에 연결해 인체의 소화계·호흡계·신경계 등 다기관 시스템을 모사하는 '멀티 오가노이드 칩' 기술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조 대표는 "오가노이드 간 직접적 상호작용이 필요할 경우 서로 다른 오가노이드를 합치는 '어셈블로이드(assembloid)'을 적용한다"며 "ECM 소재, 장기칩, 다중 장기 통합 기술을 모두 자체적으로 확보해 하나의 플랫폼으로 내재화한 점이 세라트젠 기술의 차별점이다"고 밝혔다.
FDA 규제 변화 예고, 오가노이드 기술 각광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조금씩 매출을 늘리며 고객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세라트젠의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화 첫 해인 지난해 2억원의 매출을 달성을 시작으로 올해는 ECM 제품과 오가노이드 기반 약물평가서비스를 합쳐 약 3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시장 환경도 세라트젠에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2022년말 신약 승인을 위한 동물실험 의무화 규정을 삭제하였으며, 지난 달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공식 발표하며 신약평가 체계의 변화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조 대표에 따르면 장기적인 규제 변화가 예상되지만 제약사들의 태도 변화도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예전보다 제약회사들이 오가노이드 기술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실용적으로 활용해보려는 움직임이 크다.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언급했다.
특히 국내 대형 제약사보다 해외 글로벌 제약사가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측면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조 대표의 시각이다.
조 대표는 "이미 미국이나 유럽의 큰 제약사들은 오가노이드 회사를 인수하거나 전문가를 영입해 전담팀을 꾸리는 등 상당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국내 제약사들은 아직 관망하는 모습이지만 세라트젠 역시 글로벌 흐름에 맞춰 선도적 위치 선점을 위해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또 그는 아직 바이오벤처 기업인 세라트젠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에 대해 성공 사례를 얼마나 쌓을 수 있는가가 척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세라트젠은 이미 국내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MASH(대사이상지방간염), IPF(특발성 폐섬유증) 등 난치 질환 오가노이드 모델 서비스를 제공하며 초기 실적을 쌓고 있다.
조 대표는 "서비스를 이용한 국내 대형 제약사 중 일부는 세라트젠의 오가노이드 실험 서비스에 반복 의뢰할 만큼 만족감을 보였고, 장기 협력을 준비 중인 상태"라며 "서비스 론칭 1년이 안 되어 케이스가 많진 않지만, 올해와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사례를 충분히 축적한 뒤 이를 바탕으로 해외 빅파마들과도 본격 협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매출 위한 사업 다각화, 2027년 IPO 겨냥한 투트랙 전략
다만 신약개발용 오가노이드 서비스는 장기적으로 잠재력이 크지만, 단기간에 큰 매출을 내기는 어려운 사업이라는 한계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세라트젠은 현실적 전략을 선택했다. 기업 운영과 성장을 위해 꺼내든 카드는 ECM 소재의 사업화, 그 중에서도 화장품·의료기기 분야로의 확장이다.
조 대표는 "회사의 ECM 기술은 오가노이드 배양에 쓰던 것이지만, 세포 없이도 일정 수준 재생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상처치료나 미용목적 제품에 접목했다"며 “예를 들어 피부 ECM은 상처치료제나 화장품·스킨부스터로, 연골 ECM은 연골 충진재나 골관절염 치료재 같은 의료기기로 활용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즉, 오가노이드 배양을 위해 개발된 ECM 기반 소재를 창상피복제(상처치료제)나 피부 미용 주사제로 응용해 단기 수익과 기술 검증을 동시에 얻겠다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이다.
▲ 세라트젠의 오가노이드 기술 기반 비즈니스 로드맵
자칫 이러한 세라트젠의 행보가 바이오벤처의 외유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국내 대형, 중견 제약바이오 기업과 활발한 개발 파트너십을 논의 할 만큼 기술력을 주목받고 있다.
먼저 ECM 화장품 브랜드 쎌루메(Cellumé)을 상반기 론칭한 상황으로 화장품 업계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 대표는 "국내 대형 화장품 ODM 업체도 세라트젠의 ECM 원료 기술에 주목해 샘플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납품을 요청하는 중"이라며 "또 국내 탑티어 의료기기 업체가 주관한 오픈이노베이션 공모에서 최종 선정돼, ECM 활용 차세대 의료기기 공동개발 논의 착수한 상태다"고 밝혔다.
세라트젠은 협력 중심의 사업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 출시로 가능성을 보인 뒤에는 역량 있는 파트너사와 손잡는 개방형 혁신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의료기기 부문에서는 자체 개발과 동시에 외부 프로젝트를 적극 활용 중이다. 세라트젠은 ECM 기반 2등급 창상피복제를 연내 제품화하고, 4등급 연골 재생용 충진재도 정부 과제를 통해 임상 거쳐 2027년 출시를 목표하고 있다.
이처럼 오가노이드 서비스와 ECM 응용 제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목표로 하는 세라트젠은, 오는 2027년 전후로 코스닥 시장 상장(IPO)을 추진할 계획이다.
회사는 올해 약 30억 원 매출을 시작으로 2026년 50억 원, 2027년 110억 원, 2030년에는 500억 원에 이르는 매출 성장을 목표하고 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앞서 언급한 ECM 화장품·창상피복제 등의 제품 매출로 충당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단기적인 매출 확보와 투자 유치도 중요하지만, 신약개발 패러다임을 바꾸는 근본 기술로서 오가노이드 플랫폼 기반 재생치료제 기업의 정체성을 유지해 나갈 예정이다.
조 대표는 "세라트젠의 오가노이드 모델이 항섬유화증, 대사질환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동물실험을 대체하고 재생의료 분야의 게임체인저가 되는 게 목표"라며 "난치성 간질환 재생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청사진을 마련 중"이라고 덧붙였다.
황병우 기자 (tuai@dailypharm.com)